📡2021년 12월의 한국 사회운동 큐레이션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는 화요일 낮.
플랫폼c에서 발행하는 이 달의 사회운동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오늘 플랫폼c의 망원동 사무실로 오는 길에 도로 한복판에서 택배 노동자들을 마주쳤습니다. 바로 3주째 파업 중인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이재현이_책임져라"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현실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2021년, 택배 노동자들은 엄혹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뭉쳤고, 분류작업 떠맡기기 중단과 주간 60시간 이내 근무 등 합의를 이룬 바 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함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싸움의 의의가 있습니다.
문제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건데요.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 인상분 170원을 기사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자, 택배 기사들은 다시 싸움에 나섰습니다. 바로 지난 연말 시작한 파업이 1월 19일 현재 22일차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CJ그룹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고, 18일에는 정부·여당의 개입을 촉구하며 2천여명 조합원이 서울에서 차량시위를 진행했습니다.
한편 파업 중인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과 보수언론의 공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연대의 길을 찾고, 택배 기사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쟁취해나가길 희망합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2021년 12월에 있었던 사회운동의 다양한 소식들로 채워졌습니다. 사실 19일이나 지나서 지난달 소식을 돌아보는 게 이질감이 있는데요.
다음 달부터는 꼭 매월 초에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
|
이번 12월 22일 동짓날에도 서율역 광장에서 ‘홈리스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집이 아닌 거리, 시설, 쪽방, 고시원 여인숙 등에서 살아가다 죽은 홈리스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행사입니다. 2021년 홈리스추모제에는 395명의 영정이 모셔졌습니다. 서울에서 공영장례를 주관하는 ‘나눔과나눔’과 서울시 내 일부 ‘쪽방상담소’에서만 수합한 수치이기 때문에 가장 최소치로 가정한 사망자 수입니다.
빈곤으로 인한 무연고 사망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1인가구가 늘고 사회적인 고립이 심화되면서 젊은 층에서도 무연고 사망이 늘고 있습니다. 동시에 장례를 치뤄줄 이가 있어도 사실혼ㆍ비혼공동체 등 법적 가족구성원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해 가는 주거ㆍ가족관계를 반영할 공영장례의 도입은 상업화되는 장례시장에 밀려 미진하기만 합니다.
코로나19를 명분으로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도 가혹해지고 있습니다. 홈리스들의 소지품들이 쓰레기로 취급되어 버려지고, 역사에서 노숙하는 홈리스들을 강제퇴거 시키는 행위는 한겨울에도 하루 몇번이고 일어납니다. 무료급식소와 지원기간을 이용하려면 매주 PCR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나마 홈리스들이 치료받을 수 있었던 공공병원은 코로나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더 이상 필수적인 의료조치도 취해질 수 없게 됐습니다.
홈리스추모제를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정성철 활동가가 홈리스추모제의 의미와 준비 과정에 대해 소개합니다. 플랫폼c에 올라온 아래 후기를 읽어보세요! 🤐 |
|
|
서울역 맞은편, 힐튼호텔 옆에 위치한 쪽방촌, '양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구술 인터뷰를 담은 책입니다. 감추어지고 가려진 그들의 삶이 왜 우리와 맞닿아 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출간을 맞이해 지난 연말 12월 7일 북콘서트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구술생애사 작가인 최현숙의 진행으로, 조문영(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홈리스생애사 기록팀, 양동 쪽방 주민들이 이야기 손님으로 함께 했고요. 김동산과 블루이웃의 멋진 공연도 있었습니다. 위의 유튜브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 |
|
|
▲사진 노동과세계 송승현
2021년 세계 이주노동자(이주민)의 날을 맞은 19일 오후 2시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과 이주노조(위원장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 관련 단체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모여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를 치르고 청와대까지 행진했습니다.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은 1990년 12월 18일 UN 총회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시작됐습니다. 2000년부터 협약이 채택된 이날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정했고, 올해로 21년째를 맞았습니다. 🤐
|
|
|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는 단순히 국내 문제만은 아닙니다. 대부분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국내로 이주해 일하고 있는 이들의 노동권은 동아시아 전반을 아우르는 노동 문제이자 인권 문제입니다.
2020년 3월 이주노동자 5명이 고용허가제가 사업장변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헌(헌법 10조가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한 헌법 제12조 제1항과 헌법 제32조가 규정한 근로의 권리 등을 제한)이라고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한 것입니다.
외국인고용법과 고용노동부 고시에 의해 이주노동자들은 근무시간이 고용주에 의해 일방적으로 변경되거나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아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기숙사비를 추가 공제한다던지, 고용 중단을 놓고 협박성의 발언을 한다던지, 근로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옮길 수가 없습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사실상 ‘노예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 판결의 이유 자체가 위헌이라며, 오늘날 우리나라 법률의 정신이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기각 결정이 “국가 폭력이자 인종차별을 보장하고 강제노동을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이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근간인 고용허가제 폐지, 이주노동자의 온전한 노동권 보장을 위해 함께 걷고 함께 외치며 함께 투쟁할 것”을 밝혔습니다. 🤐 |
|
|
한국 노동운동은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29일 민주노총은 2021년 6개월여의 작업을 거쳐 이주노동운동을 전개할 이주활동가들을 위한 다국어 교재를 제작 배포했는데요. 한국어, 네팔, 미얀마,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베트남, 중국, 영어 8개 버전으로 제작됐습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기존에도 노동법, 최저임금법 등에 대한 자료, 이주노동자권리수첩 등이 있긴 했지만, 이주노동자 활동가 육성을 위한 노동운동 교재는 없었습니다.
민주노총은 "현재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드러나고 있는 여러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과 맞물려, 이주노동조합의 안정적 확대와 이주노동자가 조직활동가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필요와 요구가 있었다"며, "당사자 주체들을 위해 자본주의와 노동자, 노동자의식과 세계관, 민주노총 노동운동 역사 등을 해설하는 다국어 교재의 필요성을 느껴" 교재를 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 |
|
|
세브란스병원 노동자들이 11월 11일부터 두 달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16년 청소노동자들을 주축으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가 설립된 이후 병원 사무국장, 외주업체 태가비엠 부사장, 어용노조 등을 통해 민주노조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노조탈퇴서를 받는 등 노조파괴공작을 벌여왔습니다. 청각장애인 노동자에게는 장애를 이유로 모욕을 주고 현금을 갈취하는 등 직장내 괴롭힘을 벌여 온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에 작년 3월 사측 관련자 9명이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병원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며 사과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관계자 징계 ▲진상 조사 ▲용역회사 태가비엠 퇴출 ▲청소노동자에 대한 사과 ▲민주노조 교섭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비정규 공대위,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지부 등 노동자와 학생들은 서울지역 순회투장단 ‘너에게 가는 길’,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린 ‘초대받지 못한 이들의 크리스마스’ 등으로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 |
|
|
지난 12월 1일,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안산 시가 어린이집에 AI 기술을 접목시킨 CCTV를 도입하고자 하는 계획을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술 개발을 빌미로 개인의 생체정보를 기업에 무단으로 넘기는 것, 애초에 정확도가 매우 떨어져 현실적이지 않은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학대 건수를 부풀려 왜곡했다는 점 등을 콕 집어 비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육현장에 영향이 가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당사자인 보육교사와 노조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
|
|
|
12월 7일,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재벌특혜대우조선매각저지위원회는 산업은행의 무책임한 기간산업 '팔아치우기'를 규탄하고, 산업은행 체제를 전면적으로 개편을 촉구했습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매각을 추진했지만, 3년 가까이 세계 1,2위 조선사 합병에 따른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유럽연합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2022년 1월 14일, 유럽연합은 결국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매각 또한 노선권, 운수권의 독과점 우려가 해소되지 못해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12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일부 발표하고 시정조치를 내렸는데요. 구조적 조치의 이행 가능성이나 실효성이 미지수라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습니다. 🚢
|
|
|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청년 노동자 김용균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그 죽음의 행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산재사망 노동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산재 사망자 수는 2020년 동일 기간 대비 오히려 늘었습니다. 컨베이어벨트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도 설비가 계속 가동되는 현장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차 떼고 포 떼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지고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지만,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사망자가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현실에서 이는 ‘산재사망’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민주노총은 지난 12월 6일부터 10일까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주간’을 진행했습니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3주기 추모위원회는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비정규직 없고 평등한 일터! 우리가 만들어간다!”고 외쳤습니다. ✊
|
|
|
사업장 내에서 CCTV,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 위치 추적, 생체인식 시스템 등 다양한 감시가 활용되어 왔습니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이 작업장 내에 도입되고 있으며, 플랫폼에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노동을 배치, 통제,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점점더 많은 기업들이 소위 ‘보스웨어’를 통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감시 설비를 통한 개인정보의 처리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됩니다. 그러나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개인정보처리자와 정보주체의 동등한 관계를 전제로 한 개인정보보호법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나라에서 감시설비를 도입할 때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제세미나에서는 신기술의 발전과 법제도의 변화가 노동감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노동조합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사례들이 소개됐습니다. 📼 |
|
|
12월 28일에는 작년 6월 과로로 사망한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이모씨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 즉 과로사한 것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모씨는 생전 주6일 일하며 200여명 가량의 학생이 거주하는 4층짜리 기숙사 한 동을 홀로 청소해야 했습니다. 엘리베이터 가없는데도 계단을 통해 무거운 쓰레기를 치우고 옮겨야 했고, 환기가 안되는 샤워실의 곰팡이를 계속해서 씻어야 하는 등 강한 육체적 부담이 있었음이 인정되었습니다. 당시 서울대에서는 기존에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에게 정장과 구두 착용 등 ‘드레스코드’ 적용, 영어시험 실시 등 직장내 괴롭힘이 이루어졌고, 학교 관계자들은 사건 이후에도 동료 노동자들에게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하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 |
|
|
플랫폼c에는 책읽기모임, 페미니즘연구모임, 노동운동사 연구모임과 같은 회원들의 모임들이 있고, 텔레그램방과 채널도 있습니다. 정보공유방에는 88명의 회원들이 들어와 있는데요. 잡담은 거의 없는 편이고, 사회운동에 관한 여러 정보들과 각종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방입니다. 원하신다면 @mkmodus로 메시지주시면 초대해드립니다. |
|
|
|